때는 바야흐로 대학시절이었다. 인스턴트, 배달음식, 군것질을 달고 산 것은....본가에서는 워낙에 건강하게 먹는 탓에 20년 인생 중에 야식을 먹은 기억이 5번도 채 안되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 혼자 자취를 시작하면서 야식은 1달에 10번은 족히 넘었던 듯하다. 그럼에도 20대 초반의 나는 이상하리만큼 살이 찌지 않았다. 다들 날 보고 어떻게 그렇게 먹는데 살이 하나도 안찌냐며 부러워했다. 그때는 다이어트 하는 친구들은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고, 천부적으로 타고난 내 체질을 믿고 계속해서 먹어댔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일을 하고부터 현저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안찌는 체질이 아니었다. 일, 대인관계, 남자친구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풀기 일쑤였다. 또한 6개월에 한 번씩은 다니는 해외여행에서 이건 반드시 먹어야 한다며 과식하며 맛집 탐방을 계속했다. 필요성은 느끼지만 번번이 무너지던 나의 의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 몇 달 전에 항상 회사에서 제공되던 점심이 코로나로 인해 제공되지 않아, 냉동 다이어트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게 나름의 다이어트의 시작이었다.
또 하나의 계기는 겨울에 시작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거의 다니지 못했던 헬스장에서 무료PT(라 쓰고 영업이라 읽는다)를 받으면서 경각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전형적인 마른 비만. 그것도 그냥 비만이 아니라 꽤나 비만이다. 나의 외형은 그렇지 심각지 않아서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오래걸렸다. 맨 마지막에 근육을 10kg을 찌우고 지방은 4.6kg이나 빼야하는 이런 경악스러운 수치가 나왔다. 일단 small goal로 7월 1일까지 근육 1kg을 찌우고 체지방을 1kg을 빼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인바디도 기록해보려한다.
회사의 점심도 딱 한 번 먹고는 나의 식탐을 조절하지 못하겠다는 판단하에 꽤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취소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식단일기를 기록해보려한다. 야매 다이어터라 비쥬얼도 별로고, 칼로리를 다 기록하지는 못하지만 평소의 식단보다 덜 자극적, 양을 줄이고,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주말은 거의 데이트로 가득 채우기 때문에 주말만큼은 먹고싶은 것을 다 먹기로 했다.
2020.06.01(1일차)
- 아침(전형적인 한식 밥상) : 잡곡밥, 계란프라이, 김치, 오이(요즘 오이를 쌈장에 찍어먹는게 그렇게 맛있다)
- 점심 : 통밀아보카도 토스트와 흑토마토 :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시드니님의 레시피를 따라 해보았다. 엄청 간단한데 꿀맛! 우드앤브릭의 씨앗호밀빵(마켓컬리)에 으깬아보카도, 올리브유, 후추, 소금, 칠리페퍼 이렇게 올려먹으면 정말 간단하면서도 고급지게 건강한 맛 완성!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해먹는 음식이다.
- 저녁(전형적인 한식 밥상2) : 사실상 아침 식단에 엄마가 끓여준 시락국, 고추, 고등어를 추가한 식단이다. 요즘 마켓컬리 홍보대사가 되어가고 있는데, 고등어도 마켓컬리에서 주문. 손질이 다 되어있고 크기도 작아서 1인가구에 아주 적당하다. 고등어로 단백질 보충!
2020.06.02(2일차)
- 아침 : X
- 점심 : 시락국, 단호박 에어프라이기에 돌린 것, 고추에 쌈장
- 저녁 : 아니...고작 이틀차인데 갑자기 미스터피자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헛웃음.... 이때는 남자친구가 와서 같이 먹었다. 역시 다이어트의 적은 연애와 일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 미스터피자 하프앤하프를 주문해서 4조각이나 먹었다ㅠㅠ
2020.06.02(3일차)
아침 : 어제 피자를 먹은 죄책감으로 패스
점심 : 식단의 반복의 폐해. 오늘은 닭가슴살만 추가했다.
저녁 : 나의 역작 뚱뚱이 샌드위치. 100% 통밀빵에 버터헤드레터스(상추와 비슷), 치즈, 토마토, 닭가슴살, 양파, 터키 브레스트 2장(존쿡 델리미트)을 넣고 완성. 단백질을 많이 많이 채우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병아리콩, 단호박, 감자, 양파로 만든 단호박 스프. 둘의 궁합이 아주 굳이었다. 샌드위치는 한 조각만 먹었다. 이 음식을 처음하다보니 이럴거면 그냥 서브웨이를 사먹는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단면이 너무 예뻤고 맛도 최고인 요리가 탄생해서 기분이 너무 좋았던 날.
2020.06.03(4일차)
아침 : 콩거트볼. @dd.mini의 식단을 따라해보았다. 요거트에 바나나를 하나 으깨고 서리태 가루 두 스푼, 병아리콩, 블루베리, 피칸을 가득 올린 아침. 처음 해먹어보는 요리였는데, 역시 바쁜 아침에 알맞게 간단하면서도 JMT!!여서 자주 먹고 있으며 앞으로도 쭉 잘 먹을 듯하다.
점심 : 전날 남겨두었던 샌드위치와 단호박스프, 그리고 뜬금없는 고추 2개와, 반숙 계란 2개 clear!
저녁 : 아니 너무 민망해서...사진크기라도 작게해보았다. 이 날은 애써 주문한 식기가 깨져온 것과 생리가 얼마 안남았다는 합리화가 이루어낸...정크푸드ㅠㅠ 맘스터치 찜햇닭강정이랑 치즈볼을 시켰다. 닭강정 못잃는 나...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래도 저 양의 반만 먹었다. 물론 치즈볼은 다 먹음^^ 혼자 위가 줄었다고 위안하며....
2020.06.04(5일차)
- 아침 : 여전히 콩거트볼, 그리고 우드앤브릭의 씨앗호밀빵 한 조각 추가
- 점심 : 현미잡곡밥, 반숙 계란 2개, 컵라면이 먹고 싶었는데 양심상 컵누들, 고추와 버터헤드레터스와 함께 먹었다.
- 저녁 : 그냥 휙휙 만들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던 양배추 닭가슴살 볶음. 말그대로 채썬 양배추와 닭가슴살, 그리고 굴소스로 약간만 간을 해주면 된다. 그리고 반숙 계란을 올려먹으면 불금에도 다이어트식을 먹는다는 설움이 사라지는 맛이다. 이 요리는 밀프렙을 하기도 좋아서 직장에 도시락으로도 들고가려고 한다. 그리고 속세의 맛 풀무원 얇피만두 3개. 이 조합 너무 사랑한다.
2020.06.05(6일차)
- 아침 : X
- 점심 : 이번 주 해먹었던 것의 총정리 버전. 재탕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ㅋㅋㅋ하지만 이정도면 엄청 맛있었다는 뜻. 남자친구랑 이렇게 점심을 먹었다. 주말에도 한 끼나마 건강하고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첫 주가 흘러갔다. 비록 대부분의 요리를 간단하다고 쓰지만, 아침잠도 많고 혼자 모든 것을 다해야하는 나에게 이런 요리들은 쉽지는 않았으리라.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변화된 식단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후회스러운 순간들도 있다. 이 글을 쓰는 2주차 수요일인 오늘은...비록 월,화는 휴대폰이 망가져서 못찍었고, 이번 주는 의도치않게 약속이 많아서 1주차처럼 철저히 쓰기는 아무래도 어렵기는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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